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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인데 왜 망할까? 현금흐름표가 사장에게 하는 말

손익계산서는 흑자인데 통장은 비어 있다. 매출채권과 재고에 현금이 묶이면 흑자도산이 온다. 이익은 의견이고 현금은 사실이다. 사장이 손익계산서보다 현금흐름표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

매출은 사상 최대. 손익계산서 맨 아랫줄도 또렷한 흑자. 그런데 다음 달 직원 월급날, 통장이 비었다. 분명 돈을 벌었는데 회사에 돈이 없다. 이 모순을 회계는 흑자도산이라 부른다.

말장난 같지만, 실제로 망하는 회사의 상당수가 적자가 아니라 이렇게 무너진다.

82%현금흐름 관리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폐업 비율U.S. Bank 연구 (경영서·기관에서 널리 인용)

이익은 의견, 현금은 사실

이유는 회계가 발생주의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금이 오가는 시점과 상관없이, 거래가 일어난 기간에 수익과 비용을 잡는다. 외상으로 팔아도 파는 순간 매출이 잡히고, 아직 치르지 않은 비용도 미리 추정해 깐다.

그 결과 손익계산서의 이익에는 추정과 약속이 섞인다. 감가상각비, 대손충당금, 매출채권. 전부 "언젠가"의 이야기다. 회계사들이 오래전부터 해온 말이 이걸 정확히 짚는다.

이익은 의견(opinion)이고, 현금은 사실(fact)이다.

손익계산서가 "얼마나 잘했나"의 의견이라면, 현금흐름표는 "실제로 돈이 돌았나"의 사실이다.

손익계산서가 보여주는 것
  • 벌었는가 — 이익
  • 발생주의 — 약속·추정이 섞임
  • 감가상각·충당금 등 비현금 항목 포함
  • 한 해의 '성적표'
현금흐름표가 보여주는 것
  • 돌아가는가 — 현금
  • 실제로 들어오고 나간 현금
  • 운전자본에 묶인 돈을 드러냄
  • 한 해의 '생존 여부'

현금은 어디로 사라지나 — 운전자본

흑자인데 통장이 빈 가장 흔한 범인은 운전자본이다. 영업을 굴리느라 어딘가 묶여 있는 돈을 말한다.

  • 매출채권: 외상으로 팔면 매출(이익)은 오늘 잡히지만 현금은 두세 달 뒤에 들어온다.
  • 재고자산: 팔기도 전에 현금을 주고 사뒀다. 안 팔리는 동안 그 돈은 창고에 잠긴다.
  • 매입채무: 거꾸로, 내가 외상으로 사면 현금 나갈 시점이 미뤄진다. 이쪽은 현금에 도움이 된다.

고약한 건 성장할수록 이게 심해진다는 점이다. 주문이 두 배가 되면 재료도 두 배로 미리 사야 하고, 외상 매출채권도 두 배로 쌓인다. 매출과 이익은 뛰는데 현금은 더 깊이 빨려 들어간다. 잘나가던 회사가 가장 잘나갈 때 자금이 막혀 쓰러지는 까닭이다. 성장이 곧 덫이 된다.

재료·인건비 현금 지출
생산 → 재고
판매 = 매출·이익 인식
외상 2~3개월 (매출채권)
현금 회수

현금이 나가는 맨 앞과 들어오는 맨 뒤. 이 간격이 길고 깊을수록 흑자도산 위험은 커진다. 손익계산서는 가운데 "판매 = 이익"만 비추고 앞뒤의 현금 시차는 가린다.

반대 함정도 있다 — 비현금 비용

운전자본이 "이익은 있는데 현금이 없는" 쪽이라면, 정반대 항목도 있다. 감가상각비다.

감가상각비는 이익을 깎지만 현금이 실제로 나가진 않는다. 기계값은 몇 년 전 살 때 이미 다 치렀고, 지금은 그 원가를 장부에서 나눠 비용으로 적을 뿐이다. 그러니 영업현금흐름을 구할 때 감가상각비는 이익에 도로 더한다.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를 현금 창출력의 대용치로 보는 까닭이다.

이익과 현금은 양쪽으로 어긋난다. 매출채권·재고는 이익을 현금보다 커 보이게 하고, 감가상각·충당금은 그 반대로 움직인다. 이 둘을 보정해 진짜 영업 현금을 보여주는 숫자가 영업현금흐름(CFO)이다.

사장이 물어야 할 질문이 바뀐다

매달 들여다봐야 할 숫자도 그만큼 달라진다.

"이번 달 이익 얼마 났어?"
"이번 달 통장 현금이 얼마 늘었어?"
"매출 목표 달성했나?"
"매출채권은 제때 회수되고 있나?"
"흑자야, 적자야?"
"영업현금흐름(CFO)이 플러스야?"

특히 마지막 질문. 순이익은 꼬박꼬박 나는데 CFO가 계속 마이너스거나 순이익보다 한참 작다면, 경고등이다. 이익이 현금으로 바뀌지 못하고 매출채권·재고 어딘가로 새고 있다는 신호다. 회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익의 질(quality of earnings)'이 낮다고 한다.

결론 — 세 장을 같이 보라

재무제표는 세 장이 한 세트다. 손익계산서로 벌었는지, 재무상태표로 가졌는지, 현금흐름표로 돌아가는지를 본다. 사장이 매달 가장 먼저 펴야 할 장은, 통념과 달리, 맨 마지막 장이어야 한다.

흑자는 의견이다. 통장 잔고는 사실이다. 사실을 먼저 보자.


돈을 버는 것과 돈이 도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손익계산서는 전자를, 현금흐름표는 후자를 말한다.

개념 출처
  • K-IFRS 제1007호 현금흐름표
  • 발생주의 — 재무회계 개념체계
  • 운전자본(Working Capital)
  • U.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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